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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해 첫날의 의미
작성일 : 2021-01-25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81  

<약사공론 1월 25일자 기고>


새해 첫날의 의미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 기획이사)



12월 31일과 1월 1일이 물리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루이지만 우리는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학교를 다닐 때는 한 학년이 끝나고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서 특별히 새로운 각오를 다지지 않더라도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한해를 시작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20, 30대 젊은 시절에는 한동안 한해 한해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데, 제일 큰 이유는 아마도 나 자신보다 가족(특히 아이)과 직장에서의 역할에 많이 매몰되어 그랬을 듯도 싶다. 

그 시절 나 자신을 위한 새해의 계획은 우선 순위에 밀려 거의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었던 것 같고, 그래서 연말에는 초라한 성적표에 다소 우울해 졌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한해 한해 나이를 보태가다 보니까 삶의 지혜도 더 쌓이고, 아이들도 자라고, 직장 생활도 운신의 폭이 생겨서 한해의 빼곡한 스케쥴에 나의 성장이나 위안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끼워 넣을 수 있게 되고 어떤 해는 나를 위한 시간이 다른 역할을 위한 시간을 조금 침범하기도 했던 듯 싶다. 

 벌써 4-5년 전이지만 둘째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의 신년 계획이 생각난다. 그 해에는 육아와 교육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온전히 내 시간을 재배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유난히 신이 났던 해였었다. 그해의 제1번 신년 각오는 외부에서 내게 주어지거나 요청하는 모든 역할에 ‘No’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을 병행하면서 둘 다 부족하여 아이에게도 미안하고 직장에도 미안하던 긴 시간을 어찌어찌 완수하였으니 이제 내 시간을 갖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법도 한데, 아마 워킹맘이라는 한계로 내가 속해있는 가족과 집단에 내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채 의식이 의식 밑바닥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5년여 시간을 지내고 생각해보니 그때의 각오는 내 시간을 꽤 많이 바꿔 놓았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사단법인 한국병원약사회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발전하는 비영리조직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한국병원약사회도 회장단과 집행부의 희생과 노력이 대단하다. 

내가 그렇듯 각자 직장과 가정의 일도 힘드실텐데 추가하여 복잡다단한 회무를 맡아 치열하게 고민하고 묵묵히 수행하는 분들을 뵈면서 20년 이상 일반 회원으로 있던 시간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였다. 오랜 기간 이런 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모아져서 올해 병원약사회는 40주년이 되었고 30년간 적립한 회관 건립기금으로 강남에 번듯한 병원약사회관을 마련하여 입주하였다. 

40년 간 내실을 다져온 한국병원약사회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원년이 될 2021년이 많이 기대되는 바이다. 

 더하여 워킹맘의 한계를 벗어난 5년의 시간이 나의 생각도 많이 변화 시켰다. 이 전에 내 가정과 부서 내에서의 이득을 우선하여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시야가 조금은 넓어졌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아마 이러한 변화는 마음의 여유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직장 내에서도 조직 전체의 방향성이나 환자의 입장에 더 비중을 두어 의사 결정을 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헤아려보고 노력한다.

 이런 생각은 확실히 나를 둘러싼 주변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종종 느끼고 있다.

 내가 여러 역할자로서 매일 최선을 다하여 한해를 살았지만 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 초라한 실적(?)으로 상심하고 새해 첫 날 한해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되어 굳이 새해에 의미를 부여하기 싫었던 것처럼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처럼 한 해가 어찌 흘러갈지 예상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 많은 분들이 올 한해를 두렵고 힘들어 하실 수 도 있겠다. 그럴수록 각자 더 주변을 돌아보고 더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입장과 이해득실을 떠나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결국은 내게도 마음의 여유로 돌아오고, 마음의 여유는 또 다른 아량을 만들어 내어 이러한 흐름이 가지는 선한 영향력은 시작은 작지만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