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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요양병원 병원약사의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작성일 : 2020-06-2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68  

<메디파나뉴스 6월 22일자 기고>


[기고] 요양병원 병원약사의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지경단 용인효자병원 약제과장]



"여행도 다 취소됐는데 가방은 왜 싸?", "병원에서 당분간 지내야 할지 몰라서‥", "그럼 집에 못오고 병원에서 먹고 잔다고? 그럴 수가!"
 
코호트 격리를 위해 가방을 챙기던 중 딸과 대화를 나눈 대화다. 코호트 격리는 딸에게도,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나에게도 생소한 용어였다.
 
지난 3월 1일 경기도는 노인·장애인등의 감염병 취약계층 의료·거주시설 대상으로 '예방적 코호트격리' 조치를 꺼내들었다. 일 확진자수가 900여명까지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 바이러스보다 빠른 선제적 예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즉각 시행이 곤란한 시설은 격리 전까지 임시 조치로 시설장 책임하에 외부인 방문 전면금지와 종사자들의 근무시간외 자가격리를 요청했다.
 
경북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확진자수도 누그러질 기세가 보이지 않았고 근무중인 기관은 노인요양병원이라는 특수성이 있었기에 경기도와 시의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세번 종사자 체온 및 컨디션 체크, 부서마다 방역소독과 개인 위생 준수, 퇴근후 자가격리와 동선기재등 감염위에서 결정한 기본수칙을 꼼꼼하게 짚어가며 철저하게 실천했다.
 
문제는 외부인 방문이 전면 금지되면서 보호자들과 환자들의 불안함과 외로움이 점점 심해졌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아쉬운 대로 보호자와의 화상통화를 대안으로 시행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이산가족 상봉에 못지 않은 애잔함만이 있었다. 그렇게 어버이날 꽃바구니 반입도 금지시킨 채 시간이 지났고 6월이 지나간다.
 
직원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한 달을 마감하고 시켜 먹던 배달 음식조차 그립다고 소소한 바람을 토로한다. 코로나19 최일선에서 마스크 자국에 피부가 짓무르는 의료진들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독려하기엔 조금 지쳐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두더지 오락기처럼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기에 방심할 수 없다. 지역 내 병원들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풀었던 가방을 다시 챙기게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전후로 세계사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일반인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파리의 하수도 대정비도 장티푸스 콜레라등의 수인성 전염병 창궐이 계기였다고 하니, 좀 더 나은 미래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도 되는 걸까? 어쩌면 사람들의 접촉이 점차 차단되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AI에 의해 사람이 조종되는 세상,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던 SkyNet으로 통제되는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물론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시점이지만 무언가 큰 변화가 닥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바이러스에 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이틀에 끝날 문제도 아니고 2차 대유행도 예견되고 있다. 즐길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피할수 없다면 우리는 감염 예방을 위한 '슬기로운 생활'을 강구해야만 한다.
 
체온을 측정하면서 신체의 온도뿐 아니라 내 영혼의 온도를 가늠해 보고,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얼마나 불편한 말을 많이 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였는지 살펴보자던 인터넷 주보를 다시금 떠올린다. 코로나 예방을 위한 슬기로운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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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단 약사>
(현)한국병원약사회 중소병원위원회 위원
(현)효녀의료재단 용인효자병원 약제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