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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
작성일 : 2020-04-2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39  

<약사공론 4월 20일자 시론/기고>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

연세대학교 (신축)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 편집이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염병의 위기 상황이 국내에서는 한숨 돌린 것으로 보여지는 요즘, 밖은 봄이 한창이어서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성실히 지키고 있는 필자에게는 아파트 단지와 집 근처에서 마주치는 봄꽃이 전부이다. 작은 꽃나무라 할지라도 꽃이 피면 불을 밝힌 것처럼 주위가 온통 환해지고 보는 이의 맘속에도 따스함을 흐르게 한다. 작은 꽃나무를 통해 지금 향유할 수 없지만 과거에서 지금, 미래까지 우리 일상과 함께하고 있을 것들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하여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곤 한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유명한 지식인들의 통찰을 빌려오지 않아도 이 상황이 종결된 뒤에 우리의 일상은 이번 전염병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임을 우리는 모두 느끼고 있다. 코로나19가 사회에 가져올 변화는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2015년에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병이 전파되었기 때문에 상황이 정리된 뒤 의료기관의 전염병 관리체계나 시설기준 등 의료기관 내에서 변화가 있었다. 메르스를 겪으면서 필자가 근무했던 의료기관에도 많은 시련이 있었고 우리가 전염병을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했었는지 깨닫는 바가 많았었다. 

또한 비염 같은 경증으로 분류되는 질병이 전염병의 위험인자로서 환자의 중증도에 큰 영향을 미쳐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사실도 중대한 깨달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메르스는 발열 등 증상이 확실하고 전염력이 이번 바이러스보다는 높지 않았으므로 이번보다는 의료기관 내 위험도와 심적 부담감은 덜했던 것 같다. 또한 의료기관 위주의 전파로 병원 근무자가 경원을 당하기는 했어도 대규모 사회적 전파보다 확실히 부담감이 낮았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시기에는 의료기관의 안전도 지켜야 하지만 부서원이 퇴근하고 사적으로도 안전을 잘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관리자로서 심적 부담이 상당하였다. 

한번도 궁금한 적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부서원의 가족과 사생활이, 또한 내 가족의 직장 동료가 궁금해지고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어야하는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서로 얼마나 밀접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로부터 얻어진 경험으로 초기 확진자부터 동선 공개와 접촉자 분류와 격리가 시행되었고 이 방법이 주효하여 대규모 전파와 사망자 발생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지만, 유럽과 미국 등 초기 대응이 안일했던 국가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하였고 현재 진행 중이다. 

지금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위험에 대한 대응이므로 누구도 역학조사와 자료 공개에 대하여 이의가 없지만 이 시기가 종료된 후에는 메르스 이후 관련 법 개정에 의한 역학조사 및 공개 과정에서 과도한 점은 없었는지 개인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이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전의 어느 시대보다도 개인을 감시하고 사적인 정보를 추출하기 쉬운 시대를 살고 있고, 개인 정보와 사생활도 보호하고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 함께하면 즐거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식사하고 웃고 떠드는 것이 너무도 그리운 요즘이다. 언제쯤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스스럼 없어지는 시간이 올 것인지, 과연 올 수 는 있을 것인지 아직은 많은 것이 미지수이고 사회시스템은 많은 부분이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 등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염병으로 인해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부터 개인의 사적인 소통과 위로까지 직접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많은 것들이 과도하게 위축되고 제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염병이 지나간 후 사회의 현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과도한 경계와 폐쇄의 시간을 뛰어 넘어 서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