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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약사 정희진 'ASHP MIDYEAR 2019'를 다녀오다!
작성일 : 2020-01-08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20  

<약사공론 1월 8일자 기사>


병원약사 정희진 'ASHP MIDYEAR 2019'를 다녀오다!

[기고]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울산대병원 약제부 정희진 약사

나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장기이식약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지난 12월 8일~12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ASHP(미국병원약사회) MIDYEAR CLINICAL MEETING 2019' 에 참석했다.  

인천에서 한국병원약사회 국제교류이사이신 정효근 약사님을 비롯한 국내 병원약사 20여명과 여행사 직원 분들과 만나 라스베가스로 갔다.

그 곳에서 학회를 참관하고, 현지 병원에서 근무중인 Jennie Sohn 약사님과 함께하며 미국 병원약사들의 삶에 대해 듣기도 했다. 제 머릿속의 ‘라스베가스’는 학회보다는 향락에 더 어울리는 도시였기 때문에(사진:ashp8), 이번 ASHP 개최 장소를 처음 알았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라스베가스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큰 규모의 호텔과 컨벤션 센터가 많아서, 엄청난 규모의 각종 컨벤션이 일년 내내 1000회 이상 개최되고 있었다.

ASHP는 학회장에서 라스베가스 곳곳의 호텔로 왕복하는 버스를 수시로 운행했는데, 우리는 그 호텔 중 한 곳에서 숙박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저 멀리서 학회장이 보이면 너무 멋있어서 매번 감탄했다.



학회 첫날은 여러모로 많이 놀랐던 하루였다. 학회장 입구에서부터 캐쥬얼한 복장의 저와는 달리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으며 학회 규모가 굉장히 컸기 때문이다. 

미국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opening session에 참여하느라 지친 상태였는데, 학회장 입구에서부터 한참을 걸어간 후 도착해서 본 opening session 규모에 놀라 피곤을 잊을 정도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고 그 앞 무대 위 스크린에는 학회의 표제어들과 주요 연사들이 나왔다. 그 분위기는 미국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아직 멍한 저를 ‘이 큰 학회가 병원약사에 의한, 병원약사를 위한 학회고 내가 여기 속해 있다고?’ 라는 생각에 조금 감격시킬 정도였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극도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이하 ‘burnout’)을 호소하는 임상약사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니 그들의 삶의 질을 위해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Burnout의 이유에는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 정서적 피로, 낮은 직업적 성취감, 너무 많은 비임상 업무(교육과 행정적 업무 등), 확실하지 않은 의료 시스템 개혁, 자신의 기여가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이 있었는데 제가 업무 중 지칠 때의 이유와 흡사해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생산적인 업무 환경 만들기, 임상 약사와 피교육자에게 충분한 지원을 해주기 등 약사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고치자고 하는 것이 주였다. 

그간 의사와 간호사의 burnout에 대해 연구된 바는 많았지만 약사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미했다는 걸 봐서, 점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 후 며칠 동안 관심 있는 주제들을 찾아 섹션을 듣고, 포스터를 봤다.

개인적으로 이식에 관련된 내용이 많이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평소에 관심은 있었으나 공부하지는 못했던 당뇨 가이드라인이나 항생제 알러지 등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현재 유행중인 인플루엔자의 여러 case를 살펴보며 각 환자에게 적절한 약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아직 국내에 시판되지 않은 새로운 계열의 baloxavir에 대해서도 들었다. 단회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한 장점은 있지만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아직은 다들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여기는 고척돔 콘서트장입니까?



섹션이나 포스터 이외에도 학회장에서 보는 모든 장면들이 흥미로웠다. 학회장 이곳 저곳에서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하는 모습, 복도 바닥에 앉아 무언가 정리하고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정 세션에서는 시작 전에 옆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을 줘서, 안 되는 영어로 처음 보는 외국인과 안부를 묻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해외 학회에 갈 일이 또 생긴다면 반드시 영어 공부를 더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이 많은 분들도 많이 보았는데, 그때마다 ‘난 저렇게 평생 공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Jennie Sohn 선생님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선생님께서는 40여년 전 ?미국으로 가서 지금까지 병원약사로 일하시는 분이다. 

저는 미국 병원약사들이 한국 병원약사에 비해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주 오래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자리잡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고 하셨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 'medication error를 줄이기 위해서, 약과 처방에 대해-한마디로 약은 약사들이 책임지고 관리를 해라'며 지침들을 만들었고, 이를 지키지 않은 병원을 폐쇄시키는 등 강력하게 나왔다고 한다. 

그 후 medication error가 일어날 때마다 약사 등 의료진들이 서로 책임지려 하지 않던 악습에서 벗어나 약사가 책임을 졌고, 이렇게 약사의 의무가 커지면서 영향력이 커졌다고 한다. 물론 그 후 medication error도 낮아졌다. 


퇴원 약물에 대해 약사가 미리 검토를 함으로써, 퇴원 약으로 인한 문제가 10% 감소된 것 뿐만 아니라 퇴원 시간도 앞당겨졌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퇴원 시간을 앞당기고 싶어 하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미국 병원의 각 병동에는 담당 임상 약사의 방이 있는데, 원래 미국 병원약사들도 현재 대부분의 한국 병원에서처럼 지하에 있었다고 한다. 한국 병원도 이렇게 바뀐다면, 전 출근하면 바로 이식병동에 있는 ‘임상 약사의 방’으로 가게 될 것이다.

시대의 큰 흐름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라마다 시기의 차이는 있으나 결국 계급 사회에서 평등 사회로 바뀌어가는 것처럼, 병원약사 직능에 대한 흐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능이 확대되더라도 결국 각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약사 개인이기 때문에, 확대된 직능을 잘 소화하려면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병원에서는 약사 직능을 넓히려 하고 있지만, 항상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임상을 담당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약사들은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에 비해 임상 약사의 활동이 일찍 자리잡은 미국에서도 그들의 burnout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을 보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따라해 보았다

직능을 넓혀 약사 책임과 업무를 더 늘리려면 국가와 병원에서는 약사 인력을 더 늘리는 제도와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여야겠고, 그러한 기반 하에 각 약사들은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병원약사 직능을 넓히고 이를 통해 환자 안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학회를 통해 병원약사의 롤 모델도 보았고, 평소의 제 고민이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의미 있었던 학회였다. 

그리고 함께 갔던 분들과 병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주 즐거웠다. 각자 일하는 병원의 특성, 맡은 업무나 연차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 ‘병원약사’라는 공통점으로만 모였는데도 마치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처럼 말이 잘 통하는 것이 신기했다. 

직능 향상과 병원약사의 미래에 대한 희망뿐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병원약사 동료까지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감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