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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향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항암에 왜 통풍치료제를 먹나요?
작성일 : 2020-01-0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244  

<매일신문 1월 7일자 기사>


[천주향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항암에 왜 통풍치료제를 먹나요?


지난해 개 구충제 펜벤다졸이 말기암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소문으로 품귀현상을 빚었다. 또 위장약 라니티딘 계열도 발암 우려물질 검출로 판매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약에 대한 오남용뿐만 아니라 약 성분 작용에 대한 올바른 지식 또한 소비자들에게 중요하게 됐다.

매일신문은 새해부터 격주로 '천주향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코너를 마련한다. 필자인 천 주향 약사는 30년 가까이 병원약사로 근무 중이다. 종양·중환자·감염 분야 전문약사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전문약사 자격도 3개를 땄다. 생활 속에서 독자들이 알아야 할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한다.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몸이 조금 안 좋아 개인병원에 들렀다가,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고 오는 분들이 많다.

불안한 마음에 각종 검사를 받고 초조하게 기다리다 믿기 어려운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청천벽력 같은 결과에 마음까지 무너진다. 이 과정만으로도 힘든데 다음부터 시작되는 항암치료에 대한 설명은 한두 번 들어서는 이해하기도 힘들다.

특히 종양세포의 성장속도가 빠르고 항암요법에 민감한 혈액암 종류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레지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주항암치료 외에 부가적 약물 사용은 얼마나 많은지.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수액과 그 사이사이 투여되는 약물들은 궁금하지만 다 알기도 힘들어 첫 번 째 항암치료는 대부분 정신없이 진행된다.

환자 항암교육을 하게 되면 한번 씩 받는 질문이 있다. "난 통풍이 없는데 왜 통풍치료제를 먹어요?" 항암치료가 결정되면 수액투여와 동시에 투여되기 시작하는 '알로퓨리놀' 제제에 대한 궁금증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실제로 알로퓨리놀은 요산 생성이 많이 되는 통풍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이며 식약처 분류가 '통풍치료제'로 분류되어 있어 복약안내문에도 이렇게 인쇄되어 나온다.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암세포가 죽을 때 그냥 얌전히 죽는 것이 아니고 급격하게 깨지면서 그 속에 있던 여러 가지 물질들이 혈액으로 빠져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요산, 칼륨, 인 등인데 암세포가 많거나 빨리 자라는 종류일수록 이런 물질들이 더 많이 빠져나온다. 제대로 조절이 되지 않으면 신장 기능에 엄청난 손상을 입힐 수 있는데, 바로 이 요산에 작용하는 약이 알로퓨리놀이다.

환자분들께는 암세포 사체를 치우는 약이라고 설명 드리는데, 암세포가 죽은 사체는 혼자서는 빠져 나올 수 없으니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정말 쉽게 이해하신다. 평소 물 마시는 것을 안 좋아한다던 분들도 다시 방문해보면 생수병으로 하루에 마실 물의 양을 체크하면서 드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투여 받은 항암제가 자기가 할 일을 한 후 제대로 배설되어야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 할 수 있어 물을 마시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물은 또 다른 약이다. 항암치료를 받는 지금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물 마시기'라는 것이다.


이석수 선임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