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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기고]의료기관 내 안전관리자로서의 약사
작성일 : 2019-10-28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52  

<약사공론 10월 21일자 시론/기고>



의료기관 내 안전관리자로서의 약사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 편집이사


-연세대학교 (신축)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의료기관 약제부서는 외부에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또한 기관 내 주요 이슈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약제부서 관리자로서 지속적으로 많은 사유를 점유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의료기관 내 의약품 안전에 대한 것이다. 2016년 환자안전법 및 하위법령이 시행되고 환자 안전에 관한 인식은 급격하게 개선되었고, 급성기병원 3주기 인증 기준에 많은 부분이 반영되어 의료기관 내 환자안전문화는 2-3년 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변화의 양상을 대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환자안전법에 근거한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kops.or.kr)이다. 2016년 이후 보고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현재 월 천 건 이상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발령한 주의경보는 18건에 이른다. 이 중 의약품과 직, 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의경보는 9건으로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환자안전 현황에 대한 대규모 조사 연구가 수행된 바는 없지만, 외국의 사례와 국내 일부 병원의 사례 연구에서 살펴보면 입원환자 100명 중 8명 정도에서 위해 사건이 발생하고 이 중 절반 정도가 오류와 관련이 있어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더하여 의료과오로 사망하는 경우 의약품 관련 과오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로도 의료기관 내의 안전사고 및 잠재적 오류 (Near miss)에서 의약품과 연관된 오류가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해서, 이렇듯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는 의약품 관련 과오를 예방하여 보다 안전한 의료체계 확립에 기여하기 위하여 처방, 조제, 투약 업무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약제 업무 중 하나이다. 

통상 의료기관 내 입원환자 1인당 하루 4-5매의 처방이 발생하고 처방 1매당 3-4 품목의 의약품이 처방된다고 볼 때, 500병상의 의료기관에서 매일 약 2500장, 즉 약 1만건의 처방, 조제, 감사, 투약이 일어난다. 1만건의 처방을 검토하고 조제하며 조제약을 감사하는 약사 인력은 총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10명 내외 정도일 것이고, 이들은 아마도 상기 업무 이외에 마약류관리나 약품청구 등 다양한 행정업무도 수행할 것이다.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높은 강도의 일을 하는 것이 절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가장 유효한 방법은 발생한 오류를 분석하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하여 다방면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하여 문제점을 개선하고 취약한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 약제부서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장비부족 (조잡하고 불완전한 자동화), 업무의 복잡성 등 본질적인 개선이 매우 난해하고 의료진의 업무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연관 부서와의 면밀한 협의가 필요하지만, 의료기관 내에서 약제업무에 대한 이해 또한 부족하여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한 유기적인 연계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취약한 환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올 3월에는 의료기관 내 사망 등 중대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보고를 의무화한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갔고 현재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보고를 의무화하는 두가지 경우는 첫째, 동의를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수술, 수혈, 전신마취로 인해서 둘째,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이 투여되거나 용량 또는 경로가 진료기록과 다르게 투여돼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하여 의료기관 내 ‘환자안전 전담인력 자격요건’에 ‘약사 면허 취득 후 5년 이상 보건의료기관 근무자’를 추가해 약사를 환자안전 전담인력으로 포함하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의 업무에 ‘의약품 처방·투약 오류로 인한 사고 예방’을 추가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앞에서 서술한 시스템 개선에 의료기관 내 문제해결을 위한 유기적인 연계 지원을 위한 직역이 생기는 셈이고,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물론 환자안전 전담인력으로서의 ‘약사’가 의료기관 내에서 여러 직역의 이해를 도모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하기까지 넘어야 할 수많은 허들이 존재하고, 이를 뛰어넘는 일은 법령이나 규정의 도움 보다는 당사자의 열정과 리더십, 안전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의 조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관 내의 안전관리자로서 약사는 앞으로 의약품과 관련한 오류로부터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의료문화의 변화의 주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러한 일련의 활동이 향상된 약제시스템 운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